


민주노동당 교육담당 연구원 황형준
외고 폐지·존치 놓고 각 당, 정부, 시민사회 각축
국제고, 자사고 전환은 차선이 아닌 차악
10일 예정된 정부 최종안에 관심 집중
최근 교육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외고 논란이다. 외고를 폐지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유지한다면 어떤 식으로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과 교육계, 시민사회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목고, 그 중에서도 외고의 비정상적 기능(객관성) 그 자체와 이들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주관성)의 교합이 임계치를 넘어서며 드디어 터져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원외고를 필두로 대부분의 외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최고의 입시 명문고가 된 지는 이미 오래고, 이에 대한 학부모 일반의 질타(+질시)와 교육운동계의 비판, 그리고 해결 방안 촉구의 목소리 역시 계속 이어져 왔으나, 비로소 국가적인 ‘정식 의제’로 대두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정부 및 한나라당의 가로채기식 문제제기와 해법 제시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지난 10월 22일 초안 공개에 이어 그달 30일 입법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나라당 측에서 제기됐다는 점과 그 내용도 제법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특히 뒤통수를 맞은 교육운동진영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권에)상당한 충격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외고 논란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제 집단과 교육주체, 언론마다 외고 관련 토론회 등을 연이어 갔고 가장 최근엔 정부가 오는 10일 발표할 외고 해소 및 고교체제 개편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지난달 27일 개최함으로써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일단 진정국면이나 10일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안에 따라 또 다시 소용돌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정두언 의원 개정안 선제공격에 야, 진보교육계 ‘당혹’
야권 및 변혁적 교육운동계로서는 정 의원의 느닷없는 ‘한방’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가 해왔던, 해야 할 주장을 마치 자신(들)이 한국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해왔던 것인 양, 교육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어린 의지가 강한 것인 양, 그것도 자신들의 처음 그런 해법을 내놓은 것인 양 치고 나온 것에 대해 반대편으로서는 시쳇말로 ‘뭥미?’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대응에 있어서 동작을 매우 굼뜨게 만들었다. 이측의 복합한 심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즉, ‘(정두언 안의) 내용이 완전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측면도 있긴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긍정의 기색을 내보이자니 평소 대립과 비판 관계를 첨예하게 유지해왔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선뜻 그러기도 민망하고, 또 나름의 대안적 해법 제시에 있어 선수를 빼앗긴 것, 교육 의제에 있어 한나라당과 정부에 끌려가는 형세에 대해 자존심도 상하고, 본래 그 진정성이나 노력은 우리 측의 몫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을 그들이 가져가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있고…’ 등이다. 이런 불편한 심정으로 결국 정두언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낳지 못했다.
대응을 미적지근하게 만든 또 한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외고 문제가 외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뒤집어 말하면 외고 문제 해결은 외고 자체의 해결이 아니라 교육체제의 변혁에 가 닿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결책의 단계적 정도와 수위를 어느 선까지 제시할 것인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 외고를 어떻게 하자고 아예 입시교육이 존재하지 않도록 한국 사회의 교육 체제 전체를 뒤집자는 주장을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적당한 선에서 현실적인 절충과 타협을 하는 것도 썩 흡족하지는 않고 그런 것이다. 그런 연유로 정부의 조건부 외고 유지론에서부터 교육운동계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 수용론, 일반고 전환론, 그리고 완전 폐지론까지 그 해법의 편차가 제법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부 관심은 오로지 사교육‘비’…근본적 문제의식 결여
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제기…경제·복지주의적 접근의 한계 존재
정두언 의원이 일견 한나라당의 이단아(배신자?!)처럼 튀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정두언 의원의 외고문제 해결안은 한나라당 및 정부가 처한 현 조건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정책적 제스처의 연장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굳이 정두언 의원이 아니었어도 현 정권으로서는 그 누가 총대를 매든 스스로 사교육비 해법을 내놓아야만 하는 궁지에 와 있고, 외고 문제 역시 사교육비 해소 차원으로서 그들이 이미 엎질러 놓은 물인 서민 정책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조치이다. 공식적인 서민타령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최대의 ‘국민 민원’인 ‘과도한 사교육비 해결’의 요구 압박을 받아 어떤 식으로든 외고 문제를 건드렸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전반적인 (교육) 정책 일반이 그러하듯 외고 대안 역시 대증요법이자 임기응변식, 땜질식, 대중영합식이다 보니 전체적인 정책 입안과 집행에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보이거나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본연의 정치적 성향으로 볼 때 특목고 강화, 증대가 본인들에게 맞을 터인데 ‘그 놈의’ 사교육비 문제를 건드리려다 보니 외고를 처분해야 하는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안 없앨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자신을 빠뜨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교육비 해소를 명분으로 외고를 희생양 삼는 상징적인 조치가(그걸 노리는 것이겠지만) 사교육비를 ‘근절’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학교 다양화 정책이 대학입시체제에 종속돼 있는 이상 사교육비 해소는 한계를 갖는다. 학교 다양화 정책으로 설사 학생들의 학력이 상향 평준화된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은 SKY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차별화 시도로 공교육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
입시교육체제에서 사교육(비) 근절 가능하겠나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 유감스럽게도 사교육비는 공교육을 바로 세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입시공교육이든 전인공교육이든 말이다. 입시교육의 질적 수준이 극대화, 보편화된 의미로서의 공교육 정상화라고 해도 한국 입시교육체제에서 공교육의 쌍생아인 사교육은 소멸하지 않는다. 공교육이 아무리 잘 달려도 언제나 사교육이 앞서 달리고 그 간격은 좁혀질지언정 따라잡을 수는 없다. 현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론은 사실상 사교육을 능가하거나 최소한 버금가는 입시학교를 만드는 것인데, 그렇게 되기도 힘들거니와 공교육을 현재보다는 개선한다고 해도 사교육의 쇠락을 불러오기는커녕 그 공교육을 더 능가하는 사교육의 진화를 불러올 것이다. 더군다나 공교육을 정말로 바로세우는 것은 모든 교육 현장의 민주적이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전인교육을 하는 것일진대, 그런 의미의 공교육 정상화라면 더더욱 사교육비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허울 좋은(!) 전인교육이 아니라 입시교육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차별적, 서열적 입시교육체제에서 배타적 성공을 위한 불평등한 계급 경쟁은 너무나도 불가피하다. 사교육은 지당한 결과다. 경쟁적 입시교육체제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과 그것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 지불 현상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나 정부의 정책이 갖는 한계도 바로 그 지점이며 당국자들은 그 점에 대한 명확한 의식이 부족하다보니,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보니(평등교육을 지향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본질을 스스로 완전히 배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정쩡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전자라면 안쓰러운 일이다. 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나마 서민들의 사교육비가 문제라고 하면서 그걸 해결해보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사교육비는 그렇게 해서 결코 잡히지 않는다. 사교육비가 유발되는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후자라면 진보 진영에서 강한 압박으로 제대로 된 외고 해법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육에 관한 정부의 경제주의적 접근법이 갖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현 정권은 그들의 본질이 그러하듯 교육문제 역시 ‘돈’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 보다는 ‘교육비’에만 관심을 갖는다. 누가 교육비(돈) 때문에 투덜대고 그 불만의 규모가 정권에 위협이 될 정도라면 “교육비를 대주겠다”는 것으로서 무마하려는 것이다. 그 무마 방식도 전체적인 교육 제도 개혁의 틀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정합적인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그 때 그 때마다 돈을 던져주는 것으로, 자선사업하듯, 용돈 주듯 하기에 더욱 문제다. 그것이 일종의 복지 차원에서 일정 정도 의의를 갖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우나 한국의 교육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학벌주의와 입시교육체제, 교육내용)에 대한 인식은 주변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학생들에게 누가 무엇을 어떻게 교육시키는가’ 라는 중요한 부분은 묻지 말고 거기에 들어가는 돈만 어떻게든 해결해보자는 식이다. 자칫 국민도 이러한 인식틀에 갇힐 우려가 있다. “좌우지간 돈만 안들게 좀 해달라”는 요구에 매몰됨으로써 한국형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길러내는 학생들의 왜곡된 인식체계와 국가 및 자본주의 체제에 복속된 기능형 인간으로 작동하게 될 가능성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교과부가 내놓은 특목고 개편안…자사고가 있어서 다행이었을 것
교과부는 지난달 27일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에게 의뢰한 연구 용역 결과를 ‘특수목적고등학교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하며 두 가지의 외고 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참고로 배포 자료에 정리된 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외고 대안의 특징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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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의 범주 |
제1안 : 외고 존속, 혹은 타 학교유형으로 전환 |
제2안 :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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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목적 |
∙“외국어능력 우수자” 등 설립목적 명료화 |
∙기존근거조항에서 “어학영재”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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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의 구성 |
∙외국어 특목고 교육과정(단, 설립목적에 맞추어 개편) |
∙일반계과정+외국어 중점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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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점 |
전환은 2012까지 |
전환은 2012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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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고교 유형 |
∙외국어고로 존속,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 |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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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방법 |
∙자율전환 ∙전환조건: - 외고로 존속: 학급 수, 학생 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하고 여기에 맞추어 시설 여건을 보강했을 때 - 자율형 사립고: 법인전입금 등이 자사고의 요건을 충족했을 때 - 국제고: 학급 수, 학생 수, 교육여건, 교육과정 등이 국제고의 요건을 충족했을 때 - 일반계고: 일반계고의 기본요건을 충족했을 때 |
∙자율전환 ∙전환조건: - 자율형 사립고: 법인전입금 등의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 국제고: 학급수, 학생수, 교육여건, 교육과정이 국제고의 요건을 충족했을 때 - 일반계고: 일반계고의 기본요건을 충족했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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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후 선발방법 |
∙전환한 고등학교 유형의 선발방법에 따르되, 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에서는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한다. - 외고, 국제고: 학과별로 선발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 - 자율형 사립고: 추첨배정 지역은 내신 50% 이내 학생 대상으로 추첨, 경쟁입시 지역은 학교별 선발 - 일반계고: 추첨배정지역은 추첨으로 배정하고, 경쟁입시지역은 학교별로 선발 |
∙전환한 고등학교 유형의 선발방법에 따르되, 외국어 중점과정 지망자에 한해서는 다음과 같이 선발한다. - 일반계고 : 추첨배정지역은 중점 과정 지원자 중에서 학과별로 우선 추첨․배정하고, 탈락자는 일반추첨배정. 경쟁입시지역은 학교별, 학과별로 선발 - 자율형 사립고 : 추첨배정 지역은 내신 50% 이내 학생 대상으로 학과별로 우선 추첨하고, 탈락자는 일반지원자와 함께 추첨. 경쟁입시지역은 학교가 정한 선발 기준(내신 성적+추천서+진로계획 등)에 따라 학과별로 선발 - 국제고 : 학교가 정한 선발 기준(내신 성적+추천서+진로계획 등)에 따라 학과별로 선발 - 입학사정관제 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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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전 선발방법 |
∙내신+추천서+진로계획서(학과진로 합치여부)에 따라 학과별로 선발 ∙입학사정관제 도입 |
좌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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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후 모니터링 |
∙정부는 전환 후 3년째 되는 해에 교육여건, 교육과정 운영, 교육의 질적 수준, 등 학교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의 계속 유지여부를 결정한다. 그 이후의 평가는 5년을 주기로 실시한다. |
좌동 |
언뜻 봐서 잘 구분이 안된다. 1, 2안의 차이가 실제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크게 봤을 때 결론은 외고라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면 과학고와 같은 규모로 만들거나 그게 아니면 다양한 다른 유형의 학교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무난한 결론이다. 외고가 문제라는 지적은 비단 국민과 학부모들만의 것이 아니다. 외고의 현실적 의미가 왜곡됐다는 것,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은 당국자들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교육 폐해의 정수라는 문제의식보다는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 목적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니 사교육비 문제가 불거지며 국민 여론이 들끓는 차제에 어떤 식으로든 처리를 해야 하는데, 다만 그들로서는 외고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에 있어서 외고(학교 당국, 학부모, 졸업생 등 기득권)의 저항 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일단 국민 동의가 크다는 점과 더 중요한 것은 학교 다양화 정책과도 크게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다양화 300’정책에 따라 자율형사립고 등이 착착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고의 특권적 지위를 약화킨다고 해서 학교다양화라는 ‘큰 목적’이 타격을 받을 일은 없다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외고를 완전히 무력화(일반고 전환)할 용기와 소신은 없다. 일부 외국어 특수 교육의 유의미성을 견지하는 입장도 있고, 이미 한국 사회에 거대한 기득권 집단으로 올라서고 있는 ‘외고 패밀리’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침 자사고 등 일반고와는 차별화된 고교 유형이 있으니 그 형태로의 전환 주장이면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나름대로의 무게중심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공청회 당시 외고 교장단의 집단 반발과 퇴장, 비록 연기되긴 했지만 4일로 예정됐던 외고 학부모들의 외고폐지반대 집회 등 당사자의 저항과 한나라당의 일반적 정서 등을 고려해 10일로 예정된 최종적인 교과부안은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연구안(1, 2안 모두)이 현실적으로 외고가 ‘외고’라는 이름은 버린다고 해도 여전히 일반계고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고 있고, 정부가 기왕에 손을 댄 김에 어떻게든 외고 이름만큼은 제거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타 유형 학교(특히 자사고)로의 전환을 유도할 특별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법정 전입금 조정 등). 하지만 외고가 끝내 굴복해 외고 타이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정부가 제안한 선택지 중에선 국제고로의 전환을 마지못해 선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전환 요건도 그리 까다롭지 않고 소수 특권 학교로서의 장점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되었든 현재로서는 정부가 국민 또는 진보 교육계와의 협의가 아니라 외고 측과의 보이지 않는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고교 체제 정비…기술 합리성을 넘어선 목적 합리성이 기준 돼야
입시해소를 전제로 한 수평적 다양화·자율화…‘사회 평준화’까지 나야가야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연구 결과에도 담은 것이지만, 외고 대안은 고교체제 개편(정비)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고교 유형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인데, 일반계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자율형고, 특목고, 마이스터교 등등 법에 근거하거나 시범사업과 정책 추진으로 설립·지정된 고교 체제의 혼란이 주는 문제 때문이다. 체제 개편에 대해선 누구나 다 동의하고 있다. 다만 그 방향과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다를 뿐이다. 즉, 크게 보았을 때 기술적인 기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적인 기준으로 할 것인가이다. 교육 행정 비용과 학부모, 학생들이 감수해야 할 선택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에서 접근하는 것이 전자라면 현 정부의 수직적 다양화(서열화)의 폐해를 해결하고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방편이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체제 내적, 기술적 합리화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일반계고와 전문계고의 위상 차이, 그것들을 모두 포함한 것과 자율형사·공립고, 특목고 등과의 계층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실을 최대한 인정해서 마지못해 모두가 공평한 입시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면 당연히 그러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공교육·사교육의 이원화, 그 속에서 계층·계급적으로 차별화되는 사교육 기회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선 입시교육이 배제된 교육과정으로서의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결국 대학의 평준화, 대입시험 대신 고등학교 졸업의 자격고사화 등을 전제하거나 함께 실현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직업사회의 평준화를 고려해야만 하는 문제다.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나 목적으로 삼는 것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방법과 경로, 정치와 운동을 어떻게 요령있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