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지소를 통한 우리 지역 ‘주치의제도’ 도입
민주노동당 정책위 김수철
1. ‘주치의’란
-. 주치의란 한자로는 主治醫로 쓰는데, 영문으로는 primary care physician로 표현된다. primary는 어떤 의미인가. 사전적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한데, △최초의, △초급의, △주요한 등으로 번역된다. 한자는 이중 마지막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최초로, 초급의, 그러나 주요한 진료를 수행하는 의사’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 이 같은 주치의제도는 영국의 '일차의료 트러스트 Primary Care Trust', 프랑스의 ‘선호 의사제 Preferred Doctor Scheme’와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주치의제도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이 검토했던 ‘단골의사제’가 바로 그것이다.
-. 그렇다면 주치의는 의료 제도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주치의는 흔히 ‘문지기 (Gate Keeper)’에 비유되곤 한다. 환자들이 최초로 만나는 의료체계이다. 따라서 흔한 건강문제들에 대한 초보적인 진료를 책임지며, 여기에는 일상적인 건강검진과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도 포함된다.
2. ‘주치의 제도’의 효용
-. 일차의료가 강화되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병원이 강해 국가와 환자들 모두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그림 1>은 각 나라의 일차의료 수준과 그 나라의 보건의료비의 연관성을 나타낸 것이다. 기울기가 마이너스로 일차의료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전체 보건의료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의료의 수준이 낮은데도, 전체 보건의료비가 낮게 나타난다. 이는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이에 따른 국가 재정 지원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림 1> OECD 국가의 일차의료 수준과 보건의료비

-. 왜 이런 일이 나타날까. 이재호(가톨릭 의대) 교수는 2008년 OECD 보건의료 통계를 인용해, 주치의제도가 정착된 나라일수록 국민 1인당 진료 빈도가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1인당 1년간 외래진료 빈도가 네덜란드 5.6회, 영국 5.1회, 뉴질랜드 3.2회 등으로 주치의제도가 실시되는 나라의 빈도는 6회 미만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1.8회로 이들 나라의 2~3배에 해당한다. 즉 환자 입장에서 병원 한번 갈 것을 두세 번씩 가게 되는 반면, 일상적인 건강관리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효율 의료 체계의 단면이다. 정현진(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서울대, 삼성, 아산, 세브란스 4대 병원의 외래 진료비 점유율이 05년 3.65%에서 08년 4.5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치가 1%에 못 미치는 점유율이지만, 단 4개의 병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 수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KTX가 운행되고 난 후, 지역 대형병원들은 환자 감소가 눈에 띤다는 호소를 종종 듣게 되었다. 이 때문에 지방 대형병원들은 굉장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형병원은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데, 환자들은 큰 병원을 선호하면서 높은 비용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내 몸 상태가 불안해서, 큰 병원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그게 크게 잘못된 일일까. 표-2>에서 보면 일상적 질환인 감기와 만성질환인 당뇨, 고혈압이 종합전문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 모두에서 가장 많은 진료비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는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최소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환자들이 조언을 받지 못하고, 개인적 판단에 따라 큰 병원을 가기도 하고 동네병원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표-2> 요양기관 종별 외래 다빈도 상병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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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전문 |
종합병원 |
병원 |
의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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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암 |
감기 |
감기 |
감기 |
|
2위 |
당뇨 |
본태성 고혈압 |
정상 임신의 관리 |
본태성 고혈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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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
본태성 고혈압 |
암 |
본태성 고혈압 |
배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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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
감기 |
당뇨 |
기타 추간판 장애 |
무릅관절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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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
협심증 |
뇌경색증 |
무릎관절증 |
당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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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당뇨+본태성 고혈압)의 내원일수 점유율 |
10.4% |
17.8% |
18.6% |
28.8% |
※내원일수 기준, 2007년 지급자료
-. 주치의제도를 통해서 환자들은 1)병력정보관리, 2)보건교육, 3)중점질환관리, 4)건강위험평가, 5)진료의뢰, 6) 방문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가 지속적이고, 밀접하다는데 있다. 주치의제도는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일상적으로 돌보며, 환자의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기 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
표-1> 주치의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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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항목 |
도움이 될 서비스 |
필요성이 인정되는 서비스 |
|
건강검진 |
41.6% |
91.2% |
|
전화상담 |
30.4% |
89.2% |
|
방문진료 |
13.7% |
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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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육 |
7.0% |
7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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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
4.6% |
83.3% |
|
진료의뢰 |
2.6% |
75.8% |
<조홍준 2006>
-. 또한 이로써 대형병원을 찾아야하는지의 여부를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 지출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과제
-. 주치의제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높아 보인다. 다만 잘 도입될 수 있느냐, 또 다른 부작용은 없겠느냐는 문제의 논쟁은 있다.
-. 첫째는 환자의 선택권 문제다. 환자가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높은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큰 병원을 신뢰하는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선호 의사제’라는 형태로 환자들이 의사 지정을 1년에 3회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둘째는 주치의 인력의 안정적 공급의 문제와 진료비 지불제도의 변경 문제다. 즉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꾸준히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현재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로는 주치의 도입에 따른 비용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진료비 지불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 셋째는 주치의 제도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10개 당 1개꼴에 불과하다. 신종플루 유행 초기에 ‘지정거점병원’을 운용하는데 큰 혼란이 있었다.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는 사례, 격리병실이 없는 병원이 상당수인 사례 등이 그렇다. 이는 근본적으로 전염병 유행과 같은 국가가 관리해야할 의료적 이슈가 발생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국가 주도의 의료 체계가 심각하게 취약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충분한 공공성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4. 보건지소를 통한 건강취약층 주치의 도입
-. 일차의료 전문가들은 △의사 4~5인, △간호사 4~5인,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단위의 공급체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의사 1인당 2천~3천여 명의 환자들을 돌볼 수 있으므로, 주치의 서비스 제공 체계 1단위는 1만~1만5천명의 환자들을 포괄할 수 있다.
-. 도시형 보건지소는 주치의제도의 공공성 기반을 확고히 하는데 매우 좋은 시스템이 될 것이다. 두 축의 주치의제도 도입 방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전국적 차원에서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선하고,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로드맵을 구축하고, 일정 기간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본 제도로써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또한 지역을 중심으로는 도시형 보건지소를 인구 5만 명 기준으로 1개소씩 건립하고, 이곳이 공공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 지역에서 주치의 서비스를 우선 제공받는 것은 저소득층, 미취학아동, 노인과 같은 건강취약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만 6세 이하 미취학아동의 경우 전체 인구의 6.6% 가량 되는데, 이들 중 주치의 서비스의 선택 여부, 그리고 소득 기준 등을 통해 우선 순위를 두게 되면 1단위의 주치의 팀으로 약 2~3개 동의 아동에게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 질병의 치료를 뛰어넘어, 건강 담론으로 국민의 요구가 확장되고 있다. 주치의 제도의 도입은 이 같은 흐름과 일치하며, 진보적 의제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지역별 조건에 맞는 주치의제도 도입 방안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절실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