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입장 비판



오늘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당사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수많은 연구와 토론, 법적 검토를 마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거쳐 추진 중인 국가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 원안추진을 거듭 밝힘으로써 애초에 하느냐 마느냐 소모적 논쟁을 반복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선 후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세종시 공사는 중단하고 정부의 행정 절차도 지연시키며 순조로운 세종시 건설을 기대했던 국민들을 기만하였다. 대통령 청부입법 기관으로 전락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동원해 세종시 흠집내기를 자행하고 세종시 저지를 위한 돌격병으로 충청도 출신 정운찬 총리를 스카웃하였다. 이들 모두는 이미 참여 정부에서 논란을 종결한 행정기관 효율성 문제, 자족성 문제를 끄집어 내 수도권 이해집단을 규합하고 세종시 흔들기에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 헌재 판결로 부정된 수도이전, 수도분할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동원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오늘의 세종시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포기하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의 본질은 국가 균형발전이다. 과거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일극 발전 전략으로 짧은 시간 내에 국민 소득을 증대시켰지만 동시에 지방의 황폐화와 저발전의 문제 또한 심화시켰다. 산업화가 본격화 된 이래로 수도권 문제는 국가의 지속 발전과 국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부상하였다. 수도 이전 계획은 이미 1960년대에 국가적 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 균형발전은 어떤 정부이든 예외 없이 핵심 국정목표로 설정되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동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강구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더디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기존 차별적 공간구조를 활용,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지역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발전과 수도권 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 자문위를 분리, 운영하고 행정도시․혁신도시 사업의 강력한 집행력을 담보할 대통령 직속 기관의 지위를 부처 산하 기관으로 격하시켜 조직을 축소하고 집행력을 약화시켰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예정하고 있다. 반면 세종시 건설은 그 본래 성격인 국토 균형발전의 의미를 무시하고 지역 문제로 협소화해 원안 변경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수도권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치적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


지난 참여 정부에서 세종시 문제는 결코 쉽게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 그 모든 갈등을 경험하고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 균형발전의 문제, 즉 수도권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방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대의에 모두가 공감하고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며 이러한 핵심 내용에 대한 그 어떤 입장이나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를 단순히 행정 비효율의 이유로 반대하면서 ‘수도 이전’, ‘수도 분할’ 이라는 사실과 다른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자족도시 문제를 지적하지만 이는 원래부터 세종시 건설과정의 과제로 설정되고 대안이 모색 중이던 사안이다. 거리 이격에 따른 국무회의 진행의 어려움을 말하지만 대통령 스스로가 먼 이국땅에서 화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결재까지 마친 바 있다. 나아가 민원인이 불편하리라는 핑계는 정부가 10월 말 발표한 ‘온라인 생활민원 일괄서비스’와는 모순된 자기부정 행위다. 정부가 세종시 중단의 필요성으로 제기한 그 모든 명분이 세종시의 본질적 문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그 자체로도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선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것을 선거라는 조건에서 본인 의지와 다르게 이뤄진 부끄럽고 후회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나 반성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 국민을 마주한 방송에서 조차 이명박 대통령은 진솔함이 아니라 정략적 발언으로 일관해 사과, 솔직함, 책임 등 방송에서 스스로 밝히겠다던 모든 덕목들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중단에 따른 혁신도시 사업의 좌초 우려에 대해 당초 계획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공허하다. 혁신도시는 현재 수도권에 전체 공공기관의 약 85%가 집중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혁신 성장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만으로는 중앙부처와의 연계성이 떨어져 적정 거리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눈치보기’와 중앙정부의 ‘외면하기’로 사업이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세종시를 중단하겠다는 마당에 혁신도시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주장은 정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짓말로 왜곡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신뢰를 포기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은 그 시작부터 많은 논란과 갈등, 사회적 비용을 동반하고 두 번에 걸친 헌재 위헌소송을 촉발하였으나 민주주의의 값비싼 경험으로 기록될 만한 결과로써 도출되었다. 그런데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면서 정작 헌재의 수도이전 부인 결정은 끝끝내 거부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빈약한 명분과 왜곡된 논리로 일거에 민주주의 성과를 뒤엎고 있다. 앞에서는 정부안을 보고 결정하자며 뒤에서는 사업 중지, 예산 축소를 자행하고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반 기업, 연구소, 학교 등을 상대로 세종시 입주를 강요하며 세종시 중단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맘에 들지 않으면 좌파니 대못이니 말뚝이니 국민을 선동하고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정 책임자로서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담보하지 않고 개인 선호만으로 국가적 사업 까지도 일거에 뒤엎는다. 이런 대통령을 마주하는 국민들은 아무 것도 기대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정부가 그 어떤 당위성으로 정책을 설명하더라도 믿을 수 없고 당연히 갈등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신뢰를 포기하고 거짓을 반복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정부 뜻대로 세종시 성격이 변경된다면, 바로 그때가 이명박 정부가 파산선고를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2009. 12. 1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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