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비판 ①
세종시 뒷거래로 서울대 법인화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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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을 야기한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원안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성에 입각한 국가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할 국립대를 영리회사로 만드는 것과 이미 최고의 기득권을 보유한 서울대가 또 다시 특혜를 독점하려는 것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법안이 철회 또는 수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쉽게 수용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바로 이른바 ‘세종시 빅딜’론으로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서울대 제2캠퍼스 유치안과 시기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세종시는 애초의 목적과 다르게 교육․과학도시로 형질변경되어 그에 필요한 각종 교육 기관이 들어서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교육의 표상이 된 자율형 사립․공립고, 특목고, 마이스터교, 외국인학교 등 중등교육기관의 설치를 확정지어 새삼 현 정부의 교육 철학과 방침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들 교육기관 설치가 초기 인구 유입을 위한 유인책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학교들의 설립으로 구성될 계층과 세종시의 성격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세종시를 자족 도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귀족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것밖에 안된다. 정부는 세종시의 ‘기능’이 아니라 ‘신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방침에 더해 최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에 서울대 제2캠퍼스 유치를 언급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안그래도 비만과 방만으로 질타를 받는 서울대가 몸집을 키우며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와중에 공교롭게도 서울대 법인화안이 서울대의 요구가 거의 그대로 반영된 채 확정될 것이라고 하니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울대는 독점적 특혜를 고스란히 챙기게 되고 정부로서는 세종시를 교육과 관련해 쉽게 ‘풀옵션’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서울대 법인화로 발생하는 서울대의 이익은 막대하다. 기업과 같이 수익 사업을 통해 영리를 고스란히 취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기존에 서울대가 사용해 온 토지 등 국․공유 재산 및 물품의 무상 양여, 수익금의 법인세 면제, 직원 신분 보장(승계) 등의 특혜에다 기존의 정부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총장은 이사장 직을 겸직하며 학교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학교는 ‘교육장사’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학교의 작동 원리는 교육이 아니라 ‘돈’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이번 뒷거래가 사실이라면 그들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겠으나 문제는 누이와 매부만 좋다는 점이다.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정부와 서울대가 특정한 소수의 이익에 집착함으로써 국가 정의와 공공성은 실종된다. 서울대 총장 출신의 국무총리를 둔 덕과 정부의 세종시 난관이라는 조건에 기대 서울대는 단단히 한몫 잡게 됐고 정부는 기존의 ‘서울대 프렌들리’ 성격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세종시 국면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교육을 정치적 거래의 수단으로 삼는 정부의 세종시 구상이 MB식 불평등 교육 종합 전시장으로 귀결되고 국가 고등교육의 모범이어야 할 서울대가 우월적 지위와 사익에 몰두하며 국가교육체계를 허무는 결과를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이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