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정부의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반 서민적이고, 허울만 좋은 말 뿐인 계획이다.
오늘(9/9)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2차 저출산 ․ 고령사회(11~15) 기본계획 시안’ 주요내용을 발표하였다. 금번 대책에서 정부는 정책수요가 높은 맞벌이 가구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지원 확대와 범사회적 정책공조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금번 기본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반서민적이고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말 뿐인 계획임을 알 수 있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고령화 문제는 기존 계획에서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문제를 간과하는 사상누각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빙자하여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도 드러나고 있다.
1. 불평등한 육아휴직급여 정률제, 반대한다.
정부는 금번 기본계획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50만원에서 휴직 전 임금의 40%로 지급하고 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기존 정책에서 소득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급여를 금번 대책에서는 굳이 근로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고 한다.
근로소득이 적으면 아이양육비용도 적게 드는가.
육아휴직 급여는 휴직기간 동안 소득을 보존하는 기능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육아에 대한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굳이 소득에 따라 급여를 차등하지 않고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100만원씩 지원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근로소득에 따라 차별적인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정책의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 정책은 反서민 정책이다. 전 국민을 위한 저출산 대책이라면 아이를 낳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한 복지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나 출산에 대한 영역에서는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 일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
금번 기본계획은 주로 ‘일하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하는 여성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하고, 휴직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일하는 여성’ 중에서도 특히, ‘정규직 여성’을 주요대상으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업주부나 일을 하더라도 파트타임이나 일용직, 혹은 비정규직으로 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책지원은 없다.
여성 일자리의 66.3%(2010년 5월 기준)가 비상용직인 점을 감안한다면 금번 정책의 실질적인 수용자는 33.7%에 불과한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것인가. 전업주부나 비정규직 여성에 대해서는 알아서 아이를 키우라는 것인가. 그것도 정부에 충실하게 세금을 낼 수 있는 정규직이 아니라면 혜택도 주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저출산에 대한 지원은 특정계층에 국한되지 않도록 소득이나 지역, 연령에 차별을 두지 않고, 보다 폭 넓게 적용되도록 해야 함을 촉구한다.
3. 저출산의 책임, 여성 몫인가.
금번 기본계획은 저출산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대게 문제의 원인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는데, 이번 대책에서 보면 모든 방향이 ‘여성’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남성에 대한 육아휴직 부분이 표기되어 있으나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이것은 한 가정이 일이고, 곧 사회의 일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서 남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영역이 여성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정부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여성에게만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도 많이 낳고, 가정도 잘 돌보라는 ‘수퍼우먼’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남성에게도 몫을 주어야 한다.
4. 보육정책은 답보상태, 아동수당 도입은 왜 못하나
수요자 중심의 육아지원 서비스 확대, 국공립 보육시설의 지속 확충, 민간 육아시설 서비스의 개선, 아이돌보미 서비스, 영아에 대한 가정내 돌봄 활성화가 금번 기본계획에서 보육지원에 대한 내용이다.
위에서 제시한 대책은 기존 1차 계획에서 제시한 정책에서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실제 전국 10개소만 신설하였고, 수요자 중심의 육아지원은 바우처만 도입했을 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심지아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지원대상과 예산을 축소하였다.
1차 계획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정책들을 고스란히 2차 계획에 포함하면서 보기 좋게 포장만 한 격이다. 그저 보육에 대한 국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베이비시터 산업을 육성한다고 하고, 민간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할 뿐이다.
정부는 사회적 서비스 분야를 민간시장에 내던지고, 정책수요자의 피해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을 숱하게 맞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책에 대한 수요자들의 정책체감도가 평균 50% 미만인 점을 감안한다면 보편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88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아동수당제도는 왜 도입하지 못하는 것인가. 2012년에 7세 이하 아동에게 모두 10만원씩 매월 지원한다고 하더라고 연간 5천억 정도의 예산만 책정하면 된다. 5천억원이면 4대강 사업에 연간 소요되는 22조원의 1/4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그런데 아동수당 도입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인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보편적인 복지를 실현하는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5.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을 빙자한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제2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은 국민 건강을 민간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이며, 「u-Health 산업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것 역시 환자-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를 합법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다름 아니다.
또한, 건강관리서비스와 u-Health 산업 인프라 구축은 모두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시장 창출 전략일 뿐이다.
복지부는 왜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영리사업으로 추진하려 하고, u-Health 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갖는가?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민간에게 맡기면서 노인 한 사람이 돈으로 환원되어버린 현실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민간영리기업, u-Health 산업에 뛰어들려는 재벌 대기업을 위해 길을 터줄 것이 아니라, 주치의제도를 통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야한다.
6. 노령화 정책, 포장하기에 앞서 기본을 바로 잡아야
기본계획에서는 ‘안정되고 활기찬 노후 생활을 보장’하겠다며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을 포장해서 내놓기에 앞서 기본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법에 명시된 기초노령연금 상향조정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당시 부칙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기본연금액의 10%(현행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하기로 하였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반면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연동하여 개정한 국민연금 급여율은 다음연도부터 즉시 시행되어 매년 0.5%씩 삭감되고 있다.
복지부는 국회가 연금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아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시행할 수 없다며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고 있다. 국회 역시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만약 복지부가 기초노령연금 상향조정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여당과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당정협의’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노령층을 위한 유일한 공적 소득보장제도이지만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자 비중이 2006년 52.8%에서 2009년 57.8%로 높아졌다. 특히 전체 납부예외자 중 실직, 휴직으로 인한 납부예외자의 비중이 2006년 73.4%에서 2009년6월 79%로 높아졌다. 이를 방치할 경우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특수고용관계근로자의 사업장 가입자로 적용 확대’는 확대되고 있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지역가입자는 연금보험료의 50%를 사업주가 부담하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전부를 본인이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실직이나 사업의 휴폐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였다.
실업급여 수급자 122만 명과 차상위 계층 40만 명이 정부가 연금보험료 50%를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계획에 ‘노인 빈곤예방을 위한 소득보장방안 마련’에 그치고 있어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현재 빈곤한 노령층에 대한 지원책은 명시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국민연금 또는 기초노령연금을 받게 되면 생계급여에서 수급액이 감액된다.
최저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그나마 받게 되는 공적연금을 감액하는 것은 연금제도의 취지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
빈곤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공적연금은 기초생활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기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하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노인들이 사회안전망 안에서 기초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7. 빛 좋은 개살구, 장기요양보험 내실화·저상버스 확대
장기요양보험과 관련하여 ‘요양보호사 제도 내실화 추진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자 확대 여부 검토’라고 하였다. 하지만 제도 내실화는 별도의 과제이지 대상자 확대의 선차적 과제라고 볼 수 없다.
2009년 9월 현재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혜택을 받는 국민은 28만여 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5.3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치매․중풍 유병률만 해도 노인인구의 10.2%이고, 일본의 경우 노인 인구의 16.8%가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등급 확대 적용을 통한 대상자 확대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요구였다. 대상자 확대는 전적으로 예산을 확대해야 할 문제이다. 제도가 부실하여 대상자를 확대할 수 없다는 발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고령친화적 대중교통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하여 전국 시내버스 50% 수준까지 저상버스를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저상버스 보급 확대’는 오로지 발표용인 듯 하다.
이미 수립되어 시행중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도 저상버스 50% 보급은 명시되어 있다. 2013년까지 50%를 달성해야 하지만 2010년 현재 저상버스 보급률은 약 15%에 불과하다. 2010년 적어도 1600여대를 도입해야 했지만 정부는 이에 한참 모자란 800여대 예산을 편성하는데 그쳐 장애계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계획만 세울 것이 아니라 예산을 편성하여 시행해야 한다.
8.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 필요
마지막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응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아이낳기 좋은 세상 운동 경진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다고 계획에 대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은 ‘경진대회’를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왜 낮은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기 바란다.
국회의원 곽정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