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1. 쌀대책은 농업 포기 정책
- 48만ha 농지 전용, 성난 농심에 불을 붙이는 격
정부매입 50만톤 고스란히 재고로...대북 쌀지원 재개 외에는 해답 없어
8월 31일, 농식품부에서 [쌀값 안정 및 쌀 수급균형 대책]을 발표하였다.
연간 예상 수요량 426만톤 이상 전량 시장격리, 05~08년산 구곡재고 50만톤 긴급 처분, 2011년도 벼 재배면적 4만ha 이상 감축,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 등 겉으로만 봐서는 마치 특단의 대책인 것처럼 화려하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이는 농업 포기 정책을 ‘쌀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쌀 잉여량 정부 매입은 이미 여러번 취한 조치이나, 쌀값 폭락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킨 것 외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 대책에 쌀대책과 전혀 관련이 없는 ‘48만ha 농지 전용 규제 완화’를 포함시켜 심각한 농지 투기만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4가지 쌀대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연간 예상 수요량 426만톤 이상 전량 시장격리
이는 연간 예상 수요량을 초과하는 물량인 40~50만톤을 농협을 통해 매입하여 쌀값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매입한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쌀값 폭락은 조금 둔화되는 듯 보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정부가 매입하겠다는 쌀 50만톤은 외부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창고에 쌓여 재고물량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내년 수확기 재고량은 어떻게 되는가?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재고쌀 50만톤 긴급처분이 가능하다고 해도 올해 재고량만 100만톤이다.(올해 예상 재고량 150만톤에서 50만톤을 긴급처분한 양) 거기에 공공비축물량, MMA 물량을 합하면 내년도 수확기 예상재고량은 167만톤이나 된다. 올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 착시효과로 농심을 무마하고 내년에 더 큰 위험을 가져올 폭탄을 지고 가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05~08년산 구곡재고 50만톤 긴급 처분
이는 05년산 11만톤을 주정용?식품가공용?가공제품 수출원료용?친환경신소재용 등으로 긴급처분하는 것과, 06~08년산 구곡과 수입쌀 중 39만톤을 가공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 두가지이다.
그러나, 그나마 새로운 시장이라 볼 수 있는 주정용을 제외한 나머지 가공용 공급은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05년산 11만톤이 모두 주정용으로 소비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나머지 39만톤이 얼마나 가공용으로 사용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정부의 쌀 가공용 확대 정책으로 가공식품 시장도 거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39만톤에는 수입쌀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입쌀 소비에 대한 강대국의 압력이 큰 상황에서 그중 얼마만큼이 국내산 쌀로 소비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3. 2011년도 벼 재배면적 4만ha 이상 감축
이 부분은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3년간 한시적으로 4만ha의 논에 타작목 재배시 ha당 300만원 지원(쌀생산 20만톤 감축 효과), ② 논 3만ha의 농지은행 통한 정부 매입 후 타작목 재배 전환 ③ 농지 48만ha의 농지전용 규제 완화 (택지?산업단지?유통단지 등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가능)
①번과 관련해서 살펴볼 것은 쌀을 재배할 경우 ha당 900만원 가량의 수익이 나온다는 점이다. 타작목 재배시 300만원을 지원할 경우, 6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쌀 재배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콩, 보리, 밀 등 타작목에서 그정도의 수익이 나올 수 있을지는 좀더 검토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③번이다. 48만ha나 되는 어마어마한 농지에 대해 규제를 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체 농지의 30%나 되는 면적을 개발지구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대규모 농지 투기 조장 정책이 어떻게 쌀대책일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이미 농지법 개정으로 농지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고, 얼마전 기업의 농지소유를 가능케 하는 농어업경영체육성및지원에관한법률 개정안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이번 농지 전용 규제 완화까지 추가하겠다는 것은 ‘농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농지는 식량 자급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에 대한 뚜렷한 목표도 없이 막대한 농지 전용을 허용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뜻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세계는 지금 이상기후로 인한 국제 곡물가 폭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밀값 폭등 사태가 쌀과 콩 등 타작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작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사태의 심각성은 외면한 채 ‘애그플레이션은 없다’는 입장으로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규모 농지 전용을 쌀대책으로 포장하여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쌀대란의 원인이 마치 쌀 생산과잉에 있는 것처럼 하여 농민탓으로 돌려왔다. 그러나, 쌀대란은 온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을 희생하여 UR협상을 타결한 후, 수입쌀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면서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다. 올해 의무수입량만 32만톤이다. 매년 이 막대한 수입쌀을 떠안기 위해 우리 농업과 농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용이나 효과면에서 최선책으로 선택했던 것이 바로 대북 쌀지원이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는 2008년부터 아무 대책 없이 대북 쌀지원을 중단해 버렸다. 매년 40만톤의 쌀이 갈곳을 잃고 창고에 고스란히 쌓였다. 3년치 누적분이 자그마치 120만톤이다. 이는 올해 누적재고량 150만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이다.
왜 정부의 무대책으로 인한 쌀값 폭락의 책임을 농민이 떠안아야 하며, 왜 온 국민이 식량위기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농지 투기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즉각적인 대북 쌀지원 재개로 쌀문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북 수해지원을 이야기하면서 쌀만은 제외하겠다는 비인도적인 처사는 전세계의 비난만 살 뿐이다. 아울러 쌀대책으로 포장한 농지 전용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이땅 농업과 농민에게 떳떳한 대책, 국민의 식량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진정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0.9.1.
국회의원 강기갑
